배우자의 외도를 알게 된 분들이 가장 먼저 하시는 말은 "그 사람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입니다. 맞습니다. 우리 법은 부정행위에 가담한 제3자에게도 책임을 묻습니다. 다만 모든 경우에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준비 과정에서 오히려 곤란해지는 분들도 계십니다. 순서대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 어떤 근거로 청구하나요?
간통죄는 2015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폐지되어 형사처벌의 대상은 아닙니다. 하지만 민사상 책임은 남아 있습니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와 제751조에 따라, 부부의 한쪽과 부정한 관계를 맺어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고 정신적 고통을 준 제3자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부정행위"는 반드시 성관계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부부의 정조 의무에 어긋나는 부정한 행위 전반이 포함되며, 관계의 정도와 기간에 따라 책임의 크기가 달라집니다.
2. 이혼을 해야만 청구할 수 있나요?
아닙니다. 상간자에 대한 청구는 배우자와 이혼하는지와 별개입니다. 혼인을 유지하기로 하고 상대방에게만 책임을 묻는 경우도 실무에서 흔합니다. 반대로 배우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이혼 소송 안에서 함께 다루는 것이 보통입니다.
3. 이런 경우에는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대법원은 부부가 아직 이혼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제3자가 부부의 한쪽과 성적인 행위를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
즉 이미 오래전부터 별거 중이었고 관계 회복의 여지가 없었다면 상간자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실제 사건에서 상대방이 가장 자주 내세우는 방어 논리가 바로 이것입니다. 별거 기간, 그 사이 부부가 주고받은 연락, 생활비 지급 여부 같은 사정이 다툼의 핵심이 됩니다.
또 하나, 상대방이 배우자 있는 사람인 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어야 책임이 인정됩니다. 정말 몰랐고 그렇게 믿을 사정이 있었다면 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4. 시효 — 3년이 생각보다 빨리 옵니다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여기서 3년은 부정행위 사실과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알게 된 때부터 시작합니다.
"일단 참고 지켜보자"며 몇 년을 보내다 결국 청구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음을 정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지만, 권리가 살아 있는 기간은 따로 흘러간다는 점은 알고 계셔야 합니다.
5. 증거를 모으다 처벌받는 경우
가장 조심하셔야 할 부분입니다. 위자료를 받으려다 오히려 형사 입건되는 분들이 실제로 계십니다.
흔히 문제 되는 것들입니다.
- 배우자 휴대전화를 몰래 열어 대화를 빼내는 것. 잠금을 풀고 들어가 내용을 복사하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 제3자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 자신이 참여한 대화를 녹음하는 것과, 자신이 끼지 않은 남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후자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고, 그렇게 얻은 자료는 증거로 쓰기도 어렵습니다.
- 상대의 집이나 숙소에 들어가는 것. 현장을 잡겠다며 따라 들어가면 주거침입이 됩니다.
- 차량이나 소지품에 위치추적기를 붙이는 것. 위치정보 관련 법 위반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 직장이나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압박하는 것. 사실을 알린다는 명목이어도 금전을 요구하며 이를 고지하면 협박이나 공갈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자료도 적지 않습니다. 배우자가 스스로 보여주거나 인정한 내용, 공용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확인된 사진, 카드 사용 내역과 숙박·교통 기록, 본인이 당사자로 참여한 대화의 녹음 등입니다. 무리한 방법을 쓰기 전에 어떤 자료가 실제로 필요한지부터 확인하시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6. 얼마나 인정되나요?
액수는 사안마다 크게 다릅니다. 관계가 지속된 기간, 혼인 기간과 자녀 유무, 부부관계가 실제로 어느 정도 훼손됐는지, 상대방의 태도와 반성 여부 같은 사정을 종합해 정해집니다. 어느 사건이든 얼마가 나온다고 미리 단정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며, 특정 금액을 약속하는 설명은 신뢰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7. 시작하기 전에
이 사건의 어려움은 법리보다 마음에 있습니다. 상대를 벌하고 싶은 마음, 배우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할지 정하지 못한 마음, 주변에 알려질까 두려운 마음이 한꺼번에 옵니다. 그래서 순서를 잘못 잡기 쉽습니다.
제가 상담에서 늘 먼저 여쭙는 것은 "혼인을 유지하실 생각인가요"입니다. 그 답에 따라 증거를 모으는 방법도, 청구할 상대도, 서두를 일과 미룰 일도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혼자 결정하기 전에 방향부터 한 번 점검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 근거: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제751조(재산 이외의 손해의 배상)·제766조(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제14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상담 문의: 전화 1660-4452 / 블로그 blog.naver.com/lawchungsong / 사이트 chang-he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