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입소 상담을 위해 방문한 생후 12개월 아이가 조리실에 혼자 들어갔다가 바닥에 놓인 뜨거운 육개장 냄비 근처에서 넘어져 크게 화상을 입었습니다. 원장은 아이를 원장실에서 데리고 나와 거실로 내보내면서 지나가던 보육교사에게 "아이 좀 봐주세요"라고만 말하고 상담실로 돌아갔습니다. 이 어린이집 원장에게 업무상과실치상 혐의가 적용됐고, 대법원은 2026년 7월 16일 원심 무죄를 뒤집어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대법원 2026도1036).
1. 1·2심은 왜 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나
1심과 항소심 법원은 두 가지 이유로 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 아이가 입소 절차를 마치지 않은 방문객 신분이었으므로, 원장이 특정 보육교사를 미리 지정·배치할 의무까지는 없다
- 조리실 문을 잠그지 않은 조리사와 아이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보육교사의 과실이 사고의 직접 원인이므로, 원장의 행위와 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
결국 원심은 "입소도 안 한 아이까지 원장이 책임져야 하느냐"는 논리로 무죄를 유지했습니다.
2. 대법원의 핵심 논리 — '실질적 인계'가 보호 의무를 만든다
대법원은 이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입소 서류의 완성 여부가 아니라, 원장이 보호자로부터 아이를 실질적으로 인계받았는가가 기준이라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장은 아이를 직접 원장실에서 데리고 나와 거실로 내보냈습니다. 보호자의 품을 떠난 아이는 원장의 관리 아래 어린이집 공간 안에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바로 그 순간부터 아이가 어린이집의 보호 대상이 된다고 봤습니다. 아직 입소비를 내지 않았어도, 서류가 남아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3. "아이 좀 봐줘요"는 충분한 조치가 아니다
대법원은 원장의 구체적인 의무 위반도 짚었습니다. 생후 12개월 영아는 위험을 스스로 인식하거나 피하기 어렵습니다. 원장이 그런 아이를 보육실 밖 거실로 내보낼 때는 특정 보육교사를 지정해 현실적·실효적으로 보호·관찰이 이루어질 수 있게 조치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교사에게 막연히 "봐줘요"라고만 한 것은 그 의무를 다한 것이 아닙니다.
4. 다른 직원의 과실이 있어도 원장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
원심은 조리사와 교사의 과실이 주된 원인이라며 원장의 책임을 차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판단도 잘못이라고 봤습니다. 복수의 과실이 경합해 하나의 결과를 만들어도 상당인과관계는 쉽게 단절되지 않습니다. 조리실 문이 열려 있었고 교사가 방치했다는 사정이 있다고 해서, 원장이 처음부터 담당자를 지정하지 않은 행위의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 본 칼럼은 대법원 2026도1036 판결(대법원 2026. 7. 16. 선고 중요판결 요지, https://www.scourt.go.kr/sjudge/1784608956472_134236.pdf)을 바탕으로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위해 작성한 것으로,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