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프리랜서인데 정규직처럼 출근하고, 상사 지시를 받으며 일합니다. 그런데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도 안 됩니다." 방송·미디어·IT·교육 분야에서 많은 분들이 이런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계약서에 '프리랜서'라고 적혀 있어도 실제로는 정규직과 다를 바 없이 일하는 경우, 대법원이 이번에 분명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1. 사건의 전말 — 11년을 일했지만 '다른 직군'으로 분류됐습니다
김모 씨는 2011년 4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약 11년 동안 춘천문화방송(MBC)에서 방송 프로그램 제작 업무를 맡은 PD였습니다. 조연출과 코너 연출을 직접 담당하고, 촬영·편집 보조, 방송 송출 마무리 작업까지 책임졌습니다. 그런데 계약서에는 줄곧 '프리랜서'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습니다.
2022년 1월, 춘천MBC는 김씨에게 계약 만료를 통보했습니다. 이에 김씨는 소송을 냈습니다. 2년을 넘겨 계속 일한 이상 기간제법에 따라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된 것이며, 정규직 수준의 임금을 받지 못한 것은 차별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은 모두 무기계약직 전환은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2심은 "무기계약직이라고 해서 일반직·업무직 직원과 동일한 취업규칙·임금체계를 적용할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이 판단이 대법원으로 올라갔습니다.
2. 대법원의 판단 — 같은 일을 한다면 같은 규칙을 적용해야 합니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2심 판단의 핵심 부분이 잘못됐다고 봤습니다.
기간제법은 2년을 초과하여 계속 근무한 기간제·단시간 근로자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합니다. 쉽게 말하면, 계약서에 뭐라고 적혀 있든 2년을 넘겨 일했다면 법은 그 사람을 무기계약직으로 봅니다.
대법원은 여기서 중요한 법리를 추가했습니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근로자에게는, 그 사업장에서 동종·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일반직·업무직 정규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과 근로조건이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심(2심)은 그런 동종·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이 있는지조차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임금 차별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은 이것이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라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3. 일상에서의 의미 — 이름이 아닌 실질이 중요합니다
이번 판결은 '프리랜서'라는 이름을 달고 일하는 분들께 두 가지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 계약서 이름보다 실질이 중요합니다. '프리랜서'라고 써있어도, 실제로 회사의 지시를 받으며 2년 이상 계속 일했다면 무기계약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 무기계약직이 되면 '같은 일, 같은 규칙'이 적용됩니다. 같은 회사에서 비슷한 업무를 담당하는 정규직이 있다면, 그들의 취업규칙과 임금체계가 나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회사가 직군이 다르다는 이유로 낮은 임금을 유지하는 것은 법에 어긋날 수 있습니다.
방송·미디어·스타트업·IT·교육 등 프리랜서 형태 고용이 많은 업종에서 특히 주목할 판결입니다. '우리는 인사규정상 다른 직군이라 다르게 대우한다'는 회사 측 논리를 대법원이 정면으로 제한한 셈이기도 합니다.
4. 비슷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프리랜서 또는 단시간 계약 형태로 일하고 있거나, 최근 계약 만료 통보를 받으신 분이라면 아래 세 가지를 먼저 점검해 보세요.
- 나는 같은 사업장에서 2년을 넘겨 계속 일했는가.
- 계약서 이름과 달리 회사의 업무 지시와 감독을 받으며 일하지는 않았는가.
- 사내에 나와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는 일반직·업무직 정규직 동료가 있는가.
세 가지 모두에 해당한다면 임금 차이나 고용 종료에 대해 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실제 결과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와 함께 상황을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사건번호 대법원 2026다200014 판결 [해고무효확인·임금] 파기환송(일부)
재판부 대법원 민사3부 (주심 이숙연 대법관)
출처 경향신문(2026.8.4.), 이데일리(2026.8.4.), 한국경제(2026.8.4.), 조세금융신문(2026.8.4.)
※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위한 해설이며,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