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나 오피스텔에 사는 분이라면 기계식주차장을 한 번쯤 이용해 보셨을 겁니다. 버튼 하나로 차를 탑처럼 쌓아올리는 그 장치 말이에요. 편리하고 공간도 아끼지만, 그 안에 사람이 갇히면 생사가 걸린 문제가 됩니다. 대법원이 최근 확정한 판결은 이 기계와 관련해 "책임은 관리원 혼자 지는 게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1. 어떤 일이 있었나요?
2023년 1월 초, 부산의 한 오피스텔 앞입니다. A씨는 직장 동료들과 식사를 마친 뒤 대리기사를 불러 귀가했습니다. 대리기사는 기계식주차장 입구에 차를 세우고 A씨에게 알린 뒤 떠났는데, A씨는 술이 깨지 않아 그대로 뒷좌석에서 잠들었습니다.
잠시 후 같은 건물 입주민 C씨가 나타났습니다. 자신의 주차 공간을 확보하려고 현장에 온 C씨는 차 안을 슬쩍 살펴보고는 경비원에게 "차만 있고 사람이 없으니 올리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직접 주차장치를 작동시켰습니다. 차는 약 15층 높이로 올라갔고, 그제야 잠에서 깬 A씨가 문을 열고 나오려다 바닥으로 추락해 사망했습니다.
2. 대법원은 무엇을 판단했나요?
이 사건에서 대법원 형사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경비원, 관리소장, 그리고 입주민 C씨 세 명 모두에게 업무상과실치사 유죄를 확정했습니다(대법원 2026도3735, 2026. 7. 16. 선고).
법원이 특히 주목한 핵심 쟁점은 두 가지입니다.
- 경비원에게 주차 의무가 있는가: 경비원은 주차 관련 공식 교육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법원은 "평소 입주민 차량을 입·출고하는 업무를 실제로 해온 이상, 그것이 곧 주차관리 업무"라고 봤습니다. 쉽게 말하면, 직책이나 교육 이수 여부가 아니라 실제로 해온 일을 기준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 입주민도 책임을 지는가: C씨는 관리원도 아니고, 이 차의 주인도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이 없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직접 주차장치를 작동시키는 행위에 관여했습니다. 법원은 이 지점에서 C씨에게도 차 안을 충분히 확인했어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쉽게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식당에서 주방장이 음식을 만들고 직원이 서빙을 하다가 손님이 다쳤을 때, 그 자리에서 "괜찮으니까 드세요"라고 판단하고 음식을 건넨 제3자에게도 책임이 생기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위험이 있는 기계를 작동하는 과정에 참여한 이상, 안전 확인 의무는 그 모든 참여자에게 열려 있다는 것입니다.
3. 우리 일상에서 무엇을 챙겨야 하나요?
이 판결이 중요한 이유는 기계식주차장이 이미 우리 생활 속 깊이 들어와 있기 때문입니다. 도심 오피스텔, 신축 아파트, 소규모 빌라 주차장까지 기계식 구조를 택한 곳이 무척 많습니다.
이 판결 이후 누구나 마음에 새겨야 할 행동 원칙이 있습니다.
- 관리원이든 입주민이든, 기계식주차장에 차를 입고하기 전에 반드시 차량 내부를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유리창 너머로 훑어보는 정도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 관리원에게 "차 올려도 된다"고 말하거나 직접 버튼을 누른다면, 그 순간 나는 주차 작업에 참여한 사람이 됩니다. "나는 관리원이 아니니 책임 없다"는 생각은 법적으로 통하지 않습니다.
- 야간이나 음주 후 귀가 시 차량에 잠든 상태로 남겨지지 않도록, 동행인이나 대리기사가 차주의 상태를 꼭 확인하고 자리를 뜨는 것이 사고를 막는 첫걸음입니다.
4. 가해자로 지목됐거나 피해를 입었다면
기계식주차장 사고는 가해자 측에서도, 피해자 측에서도 대응이 복잡합니다. 당사자가 여럿이고 각자의 역할이 다르다 보니, 형사절차에서 책임 범위가 어디까지 미치는지 초기 대응이 결과를 크게 좌우합니다.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진술 전에 반드시 전문가와 방향을 점검하세요.
※ 참고 판결: 대법원 2026. 7. 16. 선고 2026도3735 판결 [업무상과실치사] (출처: 법률신문 2026. 9. 7., 법률이슈 2026. 9. 6.) ※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