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계획이 차질을 빚을 때 시공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분양해 그 대금으로 공사비를 지급하려 했는데, 분양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시공사 입장에선 공사를 계속해도 돈을 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이 생깁니다. 그런데 무작정 공사를 멈추면 계약 위반이 될까요? 2026년 7월 16일, 대법원이 이 물음에 중요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1. 이 사건은 어떤 내용이었나요?
부동산 개발업체(발주처)가 건물을 신축하기 위해 시공사와 공사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발주처는 분양 수익금으로 공사대금을 지급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분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시공사는 "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공사를 계속할 수 없다"며 이행을 거부했습니다. 발주처는 공사대금 지급 소송과 건물 철거 소송을 함께 제기했고, 이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갔습니다.
2.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했나요?
대법원은 시공사 편을 들었습니다. 핵심 근거는 민법 제536조 제2항의 불안의 항변권입니다. 이 조항은 쌍무계약(서로 의무를 지는 계약)에서 한쪽이 먼저 이행해야 하는데, 상대방 사정 악화로 나중에 반대급부를 받기 어려워질 염려가 생기면 먼저 이행할 의무를 일시적으로 거절할 수 있도록 한 규정입니다.
기존에는 주로 상대방의 신용이나 재산 상태가 직접적으로 나빠진 경우에 항변권을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계약 체결 후 발생한 사정 변경(이 사건에서는 분양 실패)이 있는 경우에도, 상대방의 신용이 직접 악화하지 않았더라도 불안의 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3. 이 판결이 왜 중요한가요?
건설·개발 계약에서는 공사비를 분양 수익으로 충당하는 구조가 매우 흔합니다. 분양이 실패하면 시공사가 수천만~수억 원의 공사비를 떼일 수 있습니다. 이번 판결로 시공사는 분양 상황이 크게 악화되면 발주처의 신용이 나빠질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게 아니라, 분양 실패 자체를 근거로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인받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발주처 입장에서는, 분양이 어렵다는 이유로 시공사에 공사 중단을 당하는 경우에도 불안의 항변권 요건이 충족됐는지, 자신이 어떤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4. 실제 분쟁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건설 계약 분쟁, 공사대금 미지급, 분양 실패에 따른 손해 문제는 개인 사업자나 소규모 개발업체에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항변권 행사 요건은 계약 내용, 분양 현황, 재정 상태 등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고,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공사를 멈추면 오히려 계약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분쟁 초기에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 사건번호: 대법원 2026. 7. 16. 선고 2026다202468(공사대금), 2026다202469(건물철거) | 출처: 법원 판결 공보 / 클로법다이제스트(klawdigest.kr) 2026년 7월 판례 속보
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