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에게 권리금은 수년간 쌓아온 단골손님, 영업 노하우, 상권의 가치가 모두 담긴 자산입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2015년부터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하고 있지만, 임대인이 조건을 일방적으로 올려 신규 임차인이 계약을 포기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권리금을 빼앗는 사례가 끊이지 않습니다. 대법원이 2026년 7월 16일 선고한 2026다201337 판결은 이런 분쟁에서 법원이 어떻게 심리해야 하는지를 처음으로 분명히 제시했습니다.
1. 무슨 일이 있었나
한 상가 세입자는 보증금 1억 원, 월 600만 원의 조건으로 가게를 운영해 왔습니다. 임대차 기간이 끝날 무렵, 새로운 임차인과 권리금 22억 원에 영업을 양도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임대인은 새 임차인에게 보증금 5억 원, 월세 2,000만 원이라는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기존 월세(600만 원)의 세 배가 넘는 금액이었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조건 앞에 새 임차인은 계약을 포기했고, 세입자가 맺어 두었던 권리금 22억 원짜리 계약도 그대로 물거품이 됐습니다. 세입자는 임대인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 제3호가 금지하는 '현저히 고액의 차임 요구'로 자신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 원심은 왜 기각했나
원심(항소심) 법원은 세입자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이 사건에서 적정 차임이 얼마인지 확인되지 않으니, 임대인이 요구한 차임이 현저히 고액인지도 알 수 없다." 즉, 결론이 아닌 증거 부족을 이유로 청구를 일축한 것입니다.
언뜻 보면 합리적인 논리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바로 이 지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3.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습니다. 핵심 논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현저히 고액 여부를 판단하려면, 법원이 감정 등의 방법으로 인근 상가의 임대 시세, 해당 상가의 위치·면적·용도·구조 등 제반 사정을 두루 살펴 적정 차임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그런 심리 없이 '적정 차임이 얼마인지 모르겠다'는 이유만으로 임차인의 청구를 배척해서는 안 된다."
쉽게 풀면 이렇습니다. 법원이 직접 나서서 "이 위치·이 면적의 상가 시세가 얼마인지"를 감정사에게 물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입자가 증거를 충분히 제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청구를 바로 기각하는 것은 심리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는 뜻입니다.
4. 왜 이 판결이 중요한가
권리금 보호 제도가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현저히 고액'이라는 기준은 그동안 법원마다 해석이 달랐습니다. 이번 판결로 법원이 적정 차임을 먼저 심리해야 한다는 절차적 의무가 분명해졌습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법원이 객관적으로 따져주지 않고 내 주장만 이유 없다고 기각할 수 없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생긴 셈입니다.
단, 이 판결은 '임대인이 월세를 올리면 무조건 배상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법원이 심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절차적 기준이지, 세입자가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은 아닙니다. 적정 차임을 초과하는 정도가 '현저한지'는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5. 상가 세입자라면 미리 챙겨야 할 것들
권리금 분쟁에 대비해 평소 다음 자료를 확보해 두면 도움이 됩니다.
- 인근 상가의 임대차 계약서 또는 부동산 시세 자료
- 신규 임차인과 주고받은 권리금 계약서 및 협의 과정 기록
- 임대인이 제시한 차임 조건을 담은 서면·문자·이메일
- 권리금 회수 방해가 발생한 날짜와 경위를 정리한 메모
또한 권리금 보호는 임대차 기간 종료 3개월 전부터 종료 시까지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려우므로 반드시 일정을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 본 해설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사건번호: 대법원 2026다201337(본소), 2026다201338(반소) · 선고일: 2026. 7. 16. · 출처: 대법원 2026. 7. 16. 선고 중요판결 요지 (대법원 공식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