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판결, 왜 이렇게 중요한가요?
2026년 7월 22일, 대법원은 전체 대법관 13명이 모두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서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전원합의체는 중요한 법 기준을 새로 세우거나 기존의 판례를 바꿀 때만 소집되는 특별 절차입니다. 이번에 바뀐 것은 무려 27년간 이어져 온 기준이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주변에 몇 명이 있었느냐"보다 "어떤 방식으로 발언했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모욕죄에서 핵심 요건인 '공연성'의 의미를 법원이 새롭게 정의한 것입니다.
사건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해군 상사 A씨는 2019년 10월 함정 조타실에서 상관인 대위로부터 자신의 항해 의견이 거부당하자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당시 조타실 안에는 하사 등 부하 군인 3명이 있었습니다. A씨는 "여기 지휘관 엉망이다. 권고도 안 듣는다"라고 말한 뒤 쓰고 있던 헤드셋을 책상에 집어 던졌습니다.
이 발언이 군형법상 상관모욕죄로 기소되었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은 "여러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상황에서 한 발언이니 공연성이 있다"며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이 결론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이 바꾼 기준 — 핵심 쟁점 해설
군형법 제64조 제2항은 "문서·도화를 공시하거나 연설, 그 밖의 공연한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합니다. 핵심은 '그 밖의 공연한 방법'이 무엇을 뜻하느냐였습니다.
옛 기준(1999년~2026년 7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모욕을 하면 공연성이 충족된다. 즉, '여러 명이 들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범죄가 성립했습니다.
새 기준(2026년 7월~): 단순히 여러 사람이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문서를 공개하거나 연설하는 것처럼, 발언이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확산될 수 있는 수준의 전파성과 지속성이 있어야 합니다.
조타실 안에 부하 3명이 우연히 있었다는 사실은 "연설에 준하는 공개 방식"으로 볼 수 없습니다. 대법관 7명이 다수의견을 냈고, 5명이 반대했습니다. 법원은 죄형법정주의—쉽게 말해 '처벌하려면 법에 분명히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를 엄격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상에서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이번 판결은 군형법 상관모욕죄에 관한 것입니다. 일반 형법(제311조)의 모욕죄에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 판결은 법원이 '공연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회사 탕비실에서 동료 2~3명 앞에서 상사를 욕했다고 해서 무조건 모욕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단체 채팅방에 올린 글이나 여러 사람 앞에서 한 공식 발언은 전파 가능성이 높아 기준을 충족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발언의 방식과 맥락이 중요해진 것입니다.
모욕죄는 친고죄입니다. 피해자가 직접 고소해야만 처벌로 이어집니다. 모욕을 당했다면 6개월 이내에 고소해야 하며, 고소를 당했다면 발언 상황 전반을 꼼꼼히 점검해야 합니다.
비슷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모욕죄나 명예훼손 사건은 발언의 내용뿐 아니라 장소, 청중의 수와 성격, 발언이 퍼져 나갈 가능성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이번 판결처럼 법 기준 자체가 바뀌는 경우도 있으므로, 어느 쪽 입장이든 전문가와 함께 상황을 점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모욕을 당한 경우: 발언 상황, 목격자, 증거(녹음·영상 등)를 정리해 두세요.
- 모욕죄로 고소를 당한 경우: 발언의 맥락과 공연성 충족 여부를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
- 군인·공무원의 경우: 군형법과 형법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사건번호: 대법원 2022도5937 · 선고일: 2026. 7. 22. (대법원 전원합의체, 주심 이흥구 대법관)
출처: 이투데이·머니투데이·헤럴드경제·서울경제·뉴스핌 (2026. 7. 22. 보도)
※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