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건물 벽이 내 땅으로 살짝 넘어와 있는 것, 오래된 동네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만약 그 침범 정도가 심각해서 이웃 건물의 대부분이 실은 내 땅 위에 지어져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어떨까요? 그리고 이웃이 "나도 30년 넘게 썼으니 이젠 내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대법원이 2026년 5월 8일 이 질문에 분명한 답을 내렸습니다.
1. 점유취득시효란 무엇인가요?
민법 제245조에는 '점유취득시효'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남의 토지라도 20년간 내 것인 줄 알고 평온하게 사용하면, 법원에 소유권을 넘겨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토지 측량이 부정확했거나 선의로 경계를 착각해 점유를 시작한 경우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핵심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소유의 의사를 갖고(자주점유)' 점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이건 내 것"이라고 믿고 써야 한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이 땅이 남의 것인 줄 알면서 쓰는 것"은 법에서 '타주점유'라고 하는데, 이 경우에는 20년이 넘어도, 30년이 넘어도 시효취득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2. 이 사건은 어떤 일이 있었나요?
경기 파주시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A씨의 아버지는 1966년부터 106㎡짜리 토지를 소유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웃인 B씨가 1993년, 바로 옆의 토지 76㎡를 사들이고 그 위에 근린생활시설(상가·사무소용 건물)을 지었습니다. 문제는 B씨가 지은 건물이 등기부상 B씨 토지에 세워진 것으로 기재됐지만, 실제로는 A씨 아버지 토지 106㎡ 중 무려 94㎡를 침범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세월이 흘러 A씨는 2010년 아버지로부터 그 땅을 상속받았습니다. 2023년, A씨는 B씨를 상대로 "내 땅을 약 30년간 무단으로 점유했으니 임료에 해당하는 부당이득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B씨는 맞소송(반소)을 내며 "20년 넘게 점유했으니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됐고, 소유권을 내 명의로 이전해 달라"고 주장했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은 B씨 손을 들어줬습니다. "오랫동안 점유해 왔고 자주점유라고 볼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3. 대법원은 어떤 결론을 내렸나요?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의 핵심 논리는 명쾌했습니다. "침범 면적이 통상 있을 수 있는 시공상의 착오 정도를 훨씬 넘는 수준이다. 이 경우 B씨는 건물을 지을 당시 자신이 타인의 토지를 크게 침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쉽게 말하면, 건물 면적의 대부분이 이웃 땅 위에 지어진 상황은 단순한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또 B씨는 1999년 경매로 자신의 인접 토지마저 잃어버렸는데, 대법원은 그 시점에는 더욱 분명하게 자신의 건물이 남의 땅 위에 있음을 인지하게 됐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알면서 점유한 것은 자주점유가 아닙니다. 자주점유가 없으면 점유취득시효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30년을 넘게 점유했더라도 처음부터 '내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면, 그 땅은 결코 내 것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입니다.
4. 우리 생활에 어떤 의미인가요?
이 판결은 오래된 건물을 가진 분, 이웃과 경계 문제를 겪고 있는 분 모두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줍니다.
- 내 건물이 이웃 땅을 상당히 침범하고 있는 경우: "오래 됐으니 이제 내 것"이라는 주장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침범 사실을 알면서 점유해 온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이웃 건물이 내 토지를 침범하고 있는 경우: 이웃이 시효취득을 주장하더라도, 침범 면적이 크다면 상대방이 알고 있었다는 점을 주장해 막을 수 있습니다. 이때 경계측량 결과, 건축물대장, 지적도 등 서류가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토지 경계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해결이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점유취득시효는 20년이 되기 전에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황을 뒤늦게 파악했더라도 가능한 한 빠르게 전문가와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5. 비슷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래와 같은 상황이라면 서두르는 것이 유리합니다.
- 내 건물이 이웃 경계를 침범하고 있다는 사실이 측량 등을 통해 드러난 경우
- 이웃이 내 토지에 오랫동안 건물 일부를 걸쳐 놓고 소유권을 주장하는 경우
- 오래된 토지를 상속받았는데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
경계 침범 여부를 확인하려면 우선 한국국토정보공사(LX)를 통한 지적측량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침범이 확인되면 이웃과의 협의, 경계 부분 매수, 또는 법적 절차 등 상황에 맞는 방법을 전문가와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법률사무소 청송에서는 부동산 분쟁 및 관련 법률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화(1660-4452)나 카카오톡으로 먼저 상황을 알려주시면 안내해 드립니다. 온라인 예약은 chang-hee.kim/reserve.html 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사건번호 대법원 2025다221000(본소)·2025다221001(반소) / 2026년 5월 8일 선고, 대법원 1부 (주심 신숙희 대법관)
출처 조세금융신문(2026.6), 한국경제·파이낸셜뉴스·뉴스핌 보도(2026.6.28~29), CaseNote 판례 정보
※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위한 해설이며,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