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고 직후 조수석에 앉아있던 친구가 속삭입니다. "내가 운전한 것으로 해줄게, 빨리 자리 바꿔."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고, 당사자는 순간의 위기를 모면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선택이 법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는지, 대법원이 처음으로 모든 대법관이 모여 최종 답을 내놓았습니다.
1. 이 판결이 왜 중요한가요
이번 판결은 일반 재판부(3~5명)가 아닌 전원합의체에서 선고됐습니다. 전원합의체는 13명 전체 대법관이 참여하는 최고 판결체로, 법리를 새로 세우거나 기존 판례를 바꿀 때 열립니다. 대법관들이 8대 5로 의견이 갈렸다는 것은, '운전자 바꿔치기'라는 일상적 상황이 얼마나 복잡한 법적 쟁점을 품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결론이 나왔으니, 이 판결은 앞으로 비슷한 모든 사건에 기준이 됩니다.
2. 사건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전북경찰청 소속 교통경찰관 A씨는 2023년 5월, 혈중알코올농도 0.097%(면허 취소 기준인 0.08% 초과) 상태로 전주시 완산구 도로를 달리다가 신호 대기 중인 앞차를 들이받았습니다. 술을 마시고 운전한 뒤 사고까지 낸 상황이었습니다.
사고 직후 조수석에 타고 있던 친구 B씨가 "내가 운전한 것으로 해주겠다"고 먼저 제안했습니다. A씨는 이를 받아들여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겼고, B씨는 운전석으로 이동해 출동한 경찰에게 "내가 운전했다"고 허위 진술한 뒤 음주 측정까지 받았습니다. 그러나 현장을 지켜본 보험회사 직원이 의심해 신고하면서 거짓말은 들통났습니다.
3. 핵심 쟁점 — 자기도피와 방어권 남용
이 사건의 법적 쟁점은 하나입니다. 형법은 원칙적으로 '자기도피'를 처벌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하면, 범죄자가 경찰을 피해 숨거나 도망치는 것 자체는 죄가 되지 않습니다. 누구나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 즉 방어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A씨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A씨가 스스로 도망간 것이 아니라, 친구 B씨가 허위 자백을 하도록 응하고 자리까지 바꿔줬습니다. 타인을 이용해 수사를 속인 것입니다. 이것이 단순한 자기도피인지, 아니면 방어권을 남용해 사법 기능 자체를 방해한 것인지가 쟁점이었습니다.
4. 대법원이 내린 결론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8명)은 기존 판례를 유지했습니다.
"범인이 자신의 범죄를 숨기기 위해 타인을 허위 범인으로 내세우는 행위, 즉 타인의 허위 자백을 촉진·강화하거나 용이하게 하는 행위는 방어권의 남용으로 범인도피방조죄에 해당한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운전자 바꿔치기"가 성공하면 경찰은 엉뚱한 방향으로 수사를 하게 됩니다. 진범을 밝히는 것이 불가능해지거나 매우 어려워집니다. 대법원은 이를 "수사 방향 자체를 왜곡하고 사법 작용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결국 A씨에게는 음주운전죄와 범인도피방조죄가 함께 인정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습니다.
소수의견(5명)은 달리 봤습니다. 범인 스스로 자신의 도피를 돕도록 타인을 방조한 것은 자기도피의 연장선이어서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팽팽한 의견 대립이 있었다는 점은, 이 사안이 결코 단순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5. 일상에서 기억해야 할 것
이번 판결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첫째, 동승자가 먼저 제안했어도 응한 운전자도 처벌받습니다. 누가 먼저 말을 꺼냈느냐가 아니라, 허위 자백에 동의하고 협력했느냐가 기준입니다.
둘째, "다들 그러지 않나?"는 법 앞에 통하지 않습니다. 운전자 바꿔치기는 흔히 일어나지만, 대법원은 이를 사법 기능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행위로 봤습니다.
셋째, 결과적으로 음주운전보다 더 큰 법적 부담을 질 수 있습니다. 음주운전만 인정되면 받을 수 있는 처벌에 범인도피방조죄까지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전직 경찰관이라는 신분에서 보듯, 직업상 불이익도 함께 따라옵니다.
6.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면
음주운전 사고 후 가장 안전한 선택은 경찰에 사실대로 신고하고 진술하는 것입니다. 잘못을 숨기려는 순간 더 큰 죄가 쌓입니다. 이미 운전자 바꿔치기를 했거나, 음주운전 사고로 수사를 받고 있다면 초기에 형사 전문 변호사와 상담해 현재 상황과 대응 방향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건 초기의 진술 방향이 이후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법률사무소 청송은 형사 사건 전반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화(1660-4452)나 카카오톡 채널로 문의해 주세요. 온라인 예약은 chang-hee.kim/reserve.html 에서도 가능합니다.
사건번호 대법원 2025도11170 / 2026년 6월 18일 선고, 대법원 전원합의체
출처 이투데이·리걸타임즈 보도(2026.6.18), 헤럴드경제 보도(2026.6.18)
※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위한 해설이며,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