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친구가 제 지우개를 안 돌려줘요. 이거 도둑질 아닌가요?" 아이가 이런 말을 하면 어떻게 답하시겠어요? 법적으로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질문입니다. 오늘은 2026년 10월 대법원 판결을 소재로,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정확히 어떤 마음이 있어야 하는지를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1. 어떤 일이 있었나요?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나왔을 때, 항의하면서 수색 영장 서류를 가져가 자리에 깔고 앉아 반환을 거부한 80대 A 씨의 이야기입니다. A 씨는 수사관이 내주지 않는 자신의 물품 명세서와 맞바꾸겠다며 약 한 달 동안 영장을 돌려주지 않았고, 반환 요구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수사관을 폭행하기도 했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은 A 씨에게 절도죄를 포함해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한 달이나 반환을 거부했으니 '훔칠 마음이 있었다'고 본 것입니다. 그런데 대법원(형사1부, 2026도2718)은 다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은 "A 씨가 명세서를 돌려주면 영장도 돌려주겠다고 일관되게 말했고, 영장을 자기 것처럼 이용하거나 처분하려 했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절도 혐의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습니다. 공무집행방해 부분은 그대로 유죄가 유지됐습니다.
2. 절도죄의 핵심 — '불법영득의사'란 무엇인가요?
절도죄는 "남의 물건을 몰래 가져가는 것"이라고 알고 계시죠. 쉽게 말하면 맞지만, 법적으로는 조건이 하나 더 붙습니다. 바로 '불법영득의사(不法領得意思)'입니다.
불법영득의사, 어렵게 들리시죠?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그 물건을 내 것처럼 쓰거나 팔아버리거나 없애버리겠다는 마음"입니다. 잠깐 빌린 뒤 돌려줄 생각이 있었다면 이 마음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친구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현금을 뽑고 다시 넣어두었다면? 지갑을 영구히 가질 마음은 없었지만 현금을 자기 것으로 만들 마음이 있었으니 절도죄가 됩니다. 반면, 우산을 잘못 들고 나온 뒤 "내 것인 줄 알았어요"라고 해서 진짜로 착오였다면? 불법영득의사가 없어서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번 A 씨 사건에서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영장을 자기 것처럼 이용하거나 처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A 씨는 교환 조건이 충족되면 돌려주겠다는 의사를 일관되게 밝혔다"는 점에서 그 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3. 일상에 주는 교훈 — 내가 무심코 한 행동이 범죄가 될 수도 있을까요?
이 판결이 실생활에 알려주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형사 처벌 여부는 '결과'만이 아니라 '마음'도 봅니다. 오래 갖고 있었다, 안 돌려줬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의도와 상황 전체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빌린 물건을 깜빡 잊었거나 조건을 걸어 임시 보관한 것은 절도와 다르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둘째, 죄명이 여러 개일 때는 하나씩 따져봐야 합니다. A 씨는 절도죄 부분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수사관을 폭행한 공무집행방해는 유죄가 유지됐습니다. 형사 사건에서 "죄명 하나가 안 된다"는 것이 전체 무죄를 뜻하지 않습니다. 모든 혐의를 하나씩 정확하게 짚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4. 비슷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수사를 받거나 고소를 당했을 때 혐의의 구성 요건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여러 혐의가 한꺼번에 제기됐다면 어느 혐의에서 어떤 사실이 다투어지는지 구분해야 합니다.
특히 아래 상황에서는 전문가와 초기 점검이 중요합니다.
- 물건을 잠시 사용하거나 보관하다가 절도죄로 고소당한 경우
-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를 받을 때 대응 방법이 궁금한 경우
- 형사 사건에서 여러 혐의를 받았고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
초기 진술이 이후 전체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수사기관의 연락이 왔다면 진술 전에 먼저 상황을 점검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 본 칼럼은 조세금융신문 2026. 10. 28. 보도(대법원 2026도2718)를 소재로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