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026년 10월 18일) 세계일보와 서울신문이 나란히 보도한 통계 하나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법원에서 가정폭력·스토킹 관련 죄목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2,058건 중 실제로 교도소에 들어가는 실형은 406건(19.7%)뿐이었다는 내용입니다. 나머지 80%는 집행유예(40.8%)나 벌금형(37.2%)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쉽게 말하면, 유죄로 인정이 됐는데도 다섯 명 중 네 명은 그날 집으로 돌아갔다는 뜻입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요? 오늘은 그 이유를 법률 용어를 풀어가며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가정폭력 피해자이거나 그런 상황에 처한 가족이 계신 분들께 꼭 필요한 내용입니다.
1. '처벌불원 의사'가 무엇이길래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처벌불원 의사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쉽게 말하면 "나는 이 사람을 처벌받게 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피해자가 직접 밝히는 것입니다. 법률 용어로는 '고소 취소' 또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라고 합니다.
일반적인 범죄에서 피해자가 선처를 원하면 판사가 이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정폭력과 스토킹 사건에서는 이 처벌불원 의사가 특히 강하게 양형에 반영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양형이란, 쉽게 말해 '형량을 얼마나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유죄냐 무죄냐가 아니라, 징역 몇 년을 줄 것인지, 집행을 유예할 것인지를 정하는 단계입니다.
2. 왜 피해자가 직접 선처를 호소할까요
가정폭력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강하게 처벌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드뭅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 경제적 의존. 가해자가 가계의 생계를 담당하고 있을 때, 그가 교도소에 가면 당장 생활이 막막해집니다. 아이들 학비와 생활비를 걱정하다 보면 "일단 밖에 있어야 돈이 들어온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 반복되는 화해 패턴. 폭행 후 빌고, 용서하고, 또 폭행하는 패턴이 반복되면, 피해자는 "이번에도 반성했으니까"라는 기대로 선처를 호소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감정적 동요 자체가 위험 신호라고 경고합니다.
- 두려움과 압박. "합의해 줄 거잖아"라는 기대가 있는 가해자는 합의가 거절되면 더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이 사람 기분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선처를 원하게 되기도 합니다.
보도에 따르면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처럼 두려움이나 경제적 압박 속에서 나온 '선처 의사'를 진심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법원이 단순히 피해자가 "처벌 안 원한다"는 말 한마디만 보고 형량을 낮추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3. 법은 어떻게 달라 적용되나요 — 반의사불벌죄와 가정폭력의 차이
여기서 중요한 법률 개념 하나를 짚어드립니다. 반의사불벌죄라는 것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죄"입니다. 예를 들어 폭행죄(형법 제260조)는 원칙적으로 반의사불벌죄입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기소 자체가 안 되거나 재판이 중단됩니다.
그런데 가정폭력처벌법은 다릅니다. 같은 폭행이라도 가족이나 동거인 사이에서 일어나면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검사가 공소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9조). 스토킹처벌법(제18조)도 마찬가지로 반의사불벌 조항이 없습니다. 즉, 피해자가 "괜찮다"고 해도 국가가 계속 수사·기소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선처 의사가 여전히 힘을 발휘할까요? 기소 여부와 달리, 형량을 결정하는 양형 단계에서는 피해자의 의사가 유리한 참고 사항이 되기 때문입니다. 재판부가 "피해자도 원하지 않으니 집행유예로 하자"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이 양형 단계에서의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4. 피해자라면 지금 무엇을 알아야 할까요
이 보도가 주는 교훈은 단순히 "처벌이 약하다"가 아닙니다. 피해자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본인을 보호하려면 다음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 선처 의사 표시를 서두르지 마세요. 일단 처벌불원서를 쓰거나 고소를 취소하면, 이후 마음이 바뀌어도 절차를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가해자나 주변 사람이 빨리 합의하라고 압박한다면, 더욱 천천히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 형사 절차와 별도로 민사·가사 절차를 활용하세요. 형사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가정폭력 임시조치 신청(접근금지, 주거 분리), 피해자보호명령, 이혼 소송에서의 위자료 청구는 별개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 증거를 남겨두세요. 폭행 직후 찍은 사진, 병원 진단서, 문자·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형사 재판뿐 아니라 이후 이혼 소송이나 피해자보호명령 신청에서도 핵심 자료가 됩니다.
- 경찰 신고를 망설이지 마세요. 부산에서 가정폭력·스토킹 피해를 입었다면 112 신고 또는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전화(1366)를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신고 자체가 증거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5. 가해자 입장에서도 알아야 할 것
혹시 상대방의 고소를 받은 분들께도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피해자가 용서해 줄 거야"라는 기대는 위험한 생각입니다. 보도에서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법원은 선처 의사의 진의를 점점 더 엄격하게 확인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합의가 됐더라도 공소 유지가 가능하고, 합의금 지급이 곧 무죄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수사 초기에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 글은 세계일보(2026. 10. 18.), 서울신문(2026. 10. 18.) 보도를 바탕으로 법률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보도 내용 중 수사·재판 진행 중인 사안은 최종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