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다가, 혹은 소송 준비를 하다가 "진술서를 써 오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포털에 '진술서 양식'을 검색합니다. 그런데 막상 내려받은 양식을 채우려 하면 "이걸 여기에 그대로 내면 되는 건지" 막막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술서는 겉모습은 비슷해 보여도, 누구에게 내느냐에 따라 성격과 역할이 전혀 다른 문서입니다. 어디에 내는 진술서인지부터 구분하고 써야 하는 이유를 정리했습니다.
1. 진술서가 뭐길래 양식만으로는 안 되나요
진술서는 본인이 직접 겪거나 목격한 사실을 글로 적어 제출하는 문서입니다. 형식은 단순하지만, 제출받는 쪽이 그 문서를 어디에 쓰느냐가 전혀 다릅니다. 수사기관은 진술서를 수사의 단서나 증거 자료로 쓰고, 법원은 진술서를 소송에서 당사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서증)로 씁니다. 같은 '사실을 적는다'는 행위라도, 그 사실이 어떤 절차에서 어떤 무게로 다뤄지는지가 다르기 때문에 양식 한 장을 그대로 재활용하면 꼭 필요한 내용이 빠지거나 불필요한 내용이 섞이기 쉽습니다.
2. 수사기관에 내는 진술서 — 조사와 이어지는 문서
경찰이나 검찰에 참고인 또는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기 전후에 작성하는 진술서는, 담당 수사관이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는 자료로 쓰입니다. 조사 과정에서 수사관이 작성하는 '진술조서'와는 별개로, 본인이 직접 손으로 쓰거나 타이핑해 제출하는 진술서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사실관계를 시간 순서대로. 사건과 관련된 날짜·장소·관계자를 빠뜨리지 않고 순서대로 적어야 추후 조사나 대질 과정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 진술의 일관성. 조사 단계에서 낸 진술서 내용과 이후 조사 때 말이 달라지면, 신빙성 판단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 제출 전 검토.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진술서는 이후 수사·기소 여부, 나아가 형사 절차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료이므로 서두르지 않고 내용을 다시 확인한 뒤 제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3. 법원에 내는 진술서 — 서증으로서의 성격
소송 과정에서 당사자나 제3자가 작성해 법원에 내는 진술서는 서증(書證), 즉 문서로 된 증거의 한 형태로 다뤄집니다. 증인으로 직접 법정에 출석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때, 진술서로 그 사람의 진술 내용을 갈음해 제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법원에 내는 진술서는 그 자체로 증언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것이 아니라, 다른 증거들과 함께 법원이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자료 중 하나입니다. 상대방이 그 내용에 대해 반박하거나, 작성자를 증인으로 신청해 직접 신문하는 절차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법원에 내는 진술서는 주장과 사실을 뒤섞지 않고, 본인이 직접 경험한 사실과 그렇지 않은 부분(들어서 안 사실 등)을 구분해 적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사실과 다르게 쓰면 — 무고·위증과의 경계
진술서를 쓸 때 가장 조심해야 할 지점은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적는 것입니다. 수사기관에 허위 사실을 진술서로 적어 내 타인이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하려 한 경우에는 형법 제156조 무고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또한 법정에서 낸 진술서를 바탕으로 증인으로 출석해 그 내용과 다르게 허위로 진술하면 형법 제152조 위증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진술서에 서명·날인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곧바로 위증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위증죄는 기본적으로 법률에 따라 선서한 증인이 허위로 진술한 경우에 적용되는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진술서 내용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허위 진술이 수사나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면, 그 경위에 따라 다양한 법적 책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기억해야 합니다.
5. 실제로 쓸 때 — 육하원칙과 첨부자료
어디에 내는 진술서든, 기본은 같습니다. 언제·어디서·누가·무엇을·어떻게·왜 겪었는지를 중심으로, 본인이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한 사실을 시간 순서대로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 추측과 평가는 분리. "~한 것 같다", "분명 그럴 것이다"와 같은 추측성 표현은 사실 진술과 구분해서 적거나 가능한 한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 관련 자료 첨부. 문자메시지, 통화 내역, 사진, 영수증 등 사실관계를 뒷받침할 자료가 있다면 함께 첨부해야 진술서의 신빙성이 높아집니다.
- 작성일과 서명·날인. 진술서 끝에는 작성한 날짜와 작성자의 서명 또는 날인을 남겨야 합니다.
구체적인 제출 기한이나 서식 세부 항목은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기관 또는 법원마다 안내가 다를 수 있으므로, 제출 전에 담당 부서나 각 기관의 공식 안내를 통해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근거: 형법 제152조(위증), 제156조(무고), 형사소송법상 진술조서·진술서 관련 규정, 민사소송법상 서증 관련 규정, 대한민국 법원 전자소송(ecfs.scourt.go.kr), 경찰청·대검찰청 민원 안내. 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상담 문의: 전화 1660-4452 / 블로그 blog.naver.com/lawchungsong / 사이트 chang-he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