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나 월세 계약을 할 때 많은 분들이 공인중개사의 말을 그대로 믿게 됩니다. "이 집 깨끗해요, 담보 별로 없어요"라는 말 한마디에 수천만 원의 보증금을 건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2026년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수치를 보니, 저도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공인중개사의 설명의무 위반 건수가 2023년 44건에서 2025년 298건으로, 2년 만에 약 7배 가까이 늘었고 2026년은 7월까지만 247건이라 연말에는 400건을 넘길 것으로 예상됩니다(2026. 9. 26. 파이낸셜뉴스 보도에 따르면).
오늘은 이 숫자 뒤에 숨어 있는 이야기, 즉 공인중개사가 설명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설명을 못 받았을 때 세입자가 어떤 권리를 쓸 수 있는지 엄마 입장에서 차근차근 풀어드릴게요.
1. '설명의무'란 무엇인가요? 줄 서기로 이해해 보세요
공인중개사법 제25조는 개업 공인중개사에게 중개가 완성되기 전에 반드시 설명해야 할 사항을 정해두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이 집에 숨겨진 문제가 있다면 세입자가 알고 판단할 수 있게 정직하게 알려줄 의무"입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할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소유권·전세권·저당권 등 권리관계: 이 집에 빚이 얼마나 걸려 있는지, 내 보증금보다 먼저 돈을 받아가는 채권자가 있는지.
- 임대인의 국세·지방세 체납 여부: 집주인이 세금을 밀려 있다면 국가가 경매 시 먼저 가져갈 수 있습니다.
- 실제 권리관계 확인서(등기부등본) 근거 설명: 구두로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서면으로 작성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를 교부해야 합니다.
'선순위 채권'이 어렵게 느껴지시나요? 줄 서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집이 경매로 팔렸을 때 돈을 받는 순서가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내 보증금 앞에 이미 줄을 선 채권자들(은행 근저당권자, 세금 등)이 다 가져가고 나서 내 차례가 왔을 때 남은 돈이 없다면 보증금을 날리게 됩니다. 이 줄의 순서를 미리 알려주는 것이 설명의무의 핵심입니다.
2. 설명의무를 어기면 공인중개사는 어떤 책임을 지나요?
설명의무를 위반한 공인중개사는 크게 두 가지 책임을 집니다. 첫째는 행정처분입니다. 국토교통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자격정지나 등록취소를 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민사상 손해배상입니다. 설명의무 위반으로 세입자가 실제로 보증금 피해를 입었다면, 공인중개사는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또한 개업 공인중개사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공제사업에 의무 가입되어 있습니다. 중개 사고로 손해가 발생했다면 공인중개사 개인뿐 아니라 협회 공제에도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공제한도는 업무 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개인 공인중개사의 경우 최저 1억 원 이상입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두 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나는 공인중개사의 고의 또는 과실을 세입자가 증명해야 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피해액 전부를 배상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계약 전에 미리 확인하는 것이 언제나 최선입니다.
3. 계약 서명 전, 이것만 직접 확인하세요
부산에서 전세·월세 계약을 앞두고 계신다면, 공인중개사의 말 외에 다음 세 가지를 직접 확인해보세요.
- 등기부등본 직접 발급: 계약 당일 인터넷등기소(iros.go.kr)에서 직접 발급해 근저당권·가압류·가처분 여부를 눈으로 확인하세요. 중개사가 보여주는 것과 실제가 다를 수 있습니다.
- 임대인 세금 체납 확인: 2023년부터 세입자는 임대인의 동의 없이도 관할 세무서에서 국세 미납액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지방세(재산세 등)는 임대인 동의 하에 구청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사본 보관: 계약 후 공인중개사가 교부하는 이 문서를 반드시 챙겨두세요.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설명의무 위반 여부를 따지는 핵심 근거가 됩니다.
다가구주택이나 원룸처럼 여러 세대가 사는 집이라면, 다른 호실의 세입자들이 얼마나 있는지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 앞에 먼저 줄을 선 세입자들의 보증금 합계가 집값에 가까울수록 위험합니다.
4. 이미 피해를 입으셨다면 — 지금 할 수 있는 것
"계약 당시 선순위 근저당이 있다는 설명을 전혀 못 들었어요", "체납 세금이 있다는 것을 몰랐어요"라는 상황이라면, 지금이라도 공인중개사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소멸시효입니다. 손해가 발생한 사실을 안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청구권이 소멸됩니다. 이미 보증금을 못 돌려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늦지 않게 계약서·설명서·등기부등본 사본을 가지고 전문가 점검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한편 보증금을 아직 받지 못한 경우라면 임차권등기명령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이사하기 전에 법원에 신청해두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면서 이사를 갈 수 있어, 피해 확대를 막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참고 보도: 파이낸셜뉴스, 「전세사기 막는 첫 단추부터 삐걱···'설명 의무' 위반 급증」, 2026. 9. 26.
※ 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