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귀는 사이라서 설마 신고까지 해야 하나요?" 부산에서 형사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하지만 연인 관계라도 동의 없는 폭력은 엄연한 범죄입니다. 최근 정부 관계기관이 합동 세미나를 열어 교제폭력 대응책을 긴급 논의한 배경에는, 국내 전체 살인 사건 3건 중 1건이 현재 또는 과거의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이데일리 2026. 8. 31. 보도). 오늘은 교제폭력이 왜 법적으로 복잡한지, 지금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차근차근 풀어드립니다.
1. "법이 없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요 — 쉽게 말하면 '그물에 구멍'이 있습니다
가정폭력을 처벌하는 특별법이 있다는 건 많이들 아실 겁니다. 그런데 이 법의 이름이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인데, 이 법은 "가정구성원 사이의 폭력"을 다룹니다. 쉽게 말하면, 법적인 배우자나 혈연 가족, 또는 함께 사는 사람 사이에서 일어난 폭력만을 보호하는 법입니다.
그런데 결혼하지 않고 따로 사는 연인, 즉 교제관계는 이 법의 테두리 밖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입법 공백(쉽게 말하면, 법이라는 그물에 구멍이 뚫려 있어서 피해자가 그 구멍으로 빠져나가 버리는 현상)이 바로 이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국회에 여러 법안이 발의됐지만, "교제관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 — 한 번 만난 사람도 교제인지, 장기간 사귄 관계만인지 같은 정의가 합의되지 않아 2년째 표류 중입니다. 법이 없는 동안에도 피해자는 매일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에, 지금 쓸 수 있는 도구들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합니다.
2. 지금 법으로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교제폭력 전용 법이 없어도, 현행법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로는 여럿 있습니다.
- 폭행죄·상해죄(형법): 연인 사이라도 때리면 폭행죄(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 상처를 입히면 상해죄(7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가 됩니다. 원칙적으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처벌이 어렵지만, 협박으로 고소 취하를 강요한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 스토킹처벌법: 헤어지자는 말에 끊임없이 연락하거나 집 앞에서 기다리는 행동은 스토킹 범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피해자 신청이 있으면 가해자의 접근과 연락을 즉시 차단하는 잠정조치를 내릴 수 있습니다.
- 성폭력처벌법: 사귀는 사이에서도 동의 없는 성적 행위는 성범죄입니다. "연인이었으니까 괜찮다"는 주장은 법적으로 통하지 않습니다.
- 민사 손해배상: 진단서, 치료비 영수증, 정신적 피해 사실이 입증되면 불법행위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형사와 민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3. 일상에서 주는 교훈 — "사귀는 사이"라는 말이 면죄부가 아닙니다
우리가 관계 안에서 흔히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정도는 싸우다 생기는 일이겠지", "내가 먼저 화를 돋웠으니까 어쩔 수 없어"처럼 폭력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상황은 점점 나빠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교제폭력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점은, 첫 번째 폭력이 있을 때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이후 폭력이 더 심각해지고 이별 시점에 최고조에 달한다는 것입니다.
법이 완전하지 않아도, 지금의 법을 잘 이용하는 것이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법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증거를 남기는 습관이 나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4. 지금 당장 해야 할 것들
부산에서 교제폭력 상담을 하다 보면 "증거가 없어서 아무것도 못 한다"고 포기하시는 분들을 자주 봅니다. 하지만 증거는 생각보다 주변에 많이 남아 있습니다.
- 우선 안전을 확보하세요. 신변에 위협을 느낀다면 지금 바로 112에 신고하세요. 경찰은 현장에서 긴급응급조치로 가해자를 분리할 수 있습니다.
- 증거를 즉시 보존하세요. 폭행·협박이 담긴 카카오톡과 문자 메시지, 신체 상해를 촬영한 사진, 병원 진단서를 즉시 캡처하고 저장하세요. 가해자의 부재중 전화 기록만으로도 스토킹 증거가 됩니다.
- 본인이 참여한 대화는 녹음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직접 포함된 전화통화나 면담을 녹음하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됩니다. 다만 제3자 대화를 무단 녹음하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되므로 주의하세요.
-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어느 법을 적용하고, 형사 고소와 민사 청구를 어떻게 조합할지, 접근금지 신청은 어디서 어떻게 하는지는 상황마다 다릅니다. 부산 형사 변호사와 초기에 방향을 잡으면 불필요한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참고 보도: 이데일리, '교제폭력법' 표류 장기화…관계기관 공조 나선다, 2026. 8. 31.
※ 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