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는 제가 8년 동안 혼자 다 냈어요. 그런데 집은 남편 명의예요. 결혼 전부터 있던 집이라 제 재산이 아니라는데, 이혼하면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못 받는 건가요?"
부산에서 이혼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하소연을 자주 듣습니다. 남편이 결혼 전부터 갖고 있던 아파트가 혼인 기간 동안 두 배 가까이 올랐는데, 그 사이 생활비를 전담해온 아내는 정작 손에 쥘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지요. 오늘은 이 문제의 핵심인 '특유재산'과 '기여도' 개념을 아이에게 설명하듯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1. '특유재산'이란 무엇인가요?
특유재산이란, 쉽게 말해 '결혼하기 전부터 내 것이었던 재산'입니다. 예를 들어 결혼 전에 부모님께 받은 아파트, 본인이 벌어서 마련해둔 예금, 혼인 기간 중 상속받은 토지 같은 것들이 해당합니다.
민법 제830조는 부부 각자 혼인 전부터 가진 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특유재산'으로 규정하고, 이는 각자가 관리·사용·수익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혼할 때 재산분할의 출발점은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낸 재산'이기 때문에, 한쪽이 결혼 전부터 가지고 있던 재산은 원칙적으로 나누지 않습니다.
2. 그런데 왜 기여도가 중요할까요?
자, 여기서 핵심이 나옵니다. 결혼 전 남편이 가지고 있던 아파트라 하더라도, 그 아파트를 지키고 가치를 높이는 데 아내가 실질적으로 도움을 줬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기여도란, 쉽게 말해 '내가 얼마나 그 재산에 공헌했느냐'입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모둠 과제를 할 때 혼자 다 했다면 그 결과물은 모두의 것이라고 할 수 없죠. 하지만 한 명이 전체 아이디어를 내고 다른 친구들이 자료 조사와 발표를 맡았다면, 그 결과물은 함께 만든 것입니다. 재산도 마찬가지입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상황을 기여로 인정합니다.
- 생활비를 전담해 남편이 대출을 갚거나 저축을 할 수 있게 한 경우
- 아내가 직접 주택담보대출 일부를 상환한 경우
- 가사와 자녀 양육을 전담해 남편이 경제 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한 경우
- 부동산 관리나 리모델링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경우
이 경우 법원은 특유재산이라도 상대방 배우자의 기여도를 인정해 분할 범위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기여도가 어느 정도로 인정되느냐는 혼인 기간,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기여했는지, 재산이 어떻게 유지·증식되었는지 등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3. 집값이 올랐다면 더 받을 수 있나요?
보도에 따르면, 결혼 전 5억 원이던 아파트가 8년 혼인 기간 동안 10억 원으로 오른 사례에서 아내가 그 기간 생활비를 전담했다면 재산분할 가능 여부가 쟁점이 됐습니다. (파이낸셜뉴스, 2026.08.14)
이 경우 법원이 고려하는 것은 단순히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배우자가 집값 상승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느냐'가 핵심입니다. 아파트 가격이 오른 이유가 단순히 시세 상승(부동산 경기) 때문이라면 기여를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반면 배우자가 생활비를 전담해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는 데 간접적으로 기여했거나, 가사 전담으로 상대방이 대출을 갚을 수 있는 경제 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다면, 그 기여분은 분할 범위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쉽게 비유하면, 두 사람이 함께 꽃을 키웠는데 한 사람은 물을 주고 한 사람은 흙과 햇빛을 관리했다면, 꽃이 피었을 때 둘 다 공을 나눠 가집니다. 하지만 한 사람이 씨앗을 가져왔을 뿐이고 물과 흙 관리를 다른 사람이 했다면, 꽃의 성장에 기여한 쪽도 일정 몫을 주장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4. 비슷한 상황이라면 지금 당장 이것부터 하세요
재산분할 분쟁은 '증거 싸움'이기도 합니다. 내가 기여했다고 말만 해서는 법원이 쉽게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다음을 미리 챙겨두시면 좋습니다.
- 생활비를 이체한 내역(계좌 이체 기록, 카드 내역)
- 공과금, 식료품, 교육비 등 가계 지출을 주로 본인이 부담했다는 기록
- 대출 상환에 직접 참여했다면 그 송금 내역
- 가사·양육을 주로 담당했다면 이를 보여줄 수 있는 자료(육아 관련 지출, 부모님 진술 등)
또한 재산분할 청구권에는 기간 제한이 있습니다. 이혼이 성립한 날로부터 2년 이내에 청구하지 않으면 권리가 소멸합니다. 협의이혼으로 빠르게 정리되는 상황이라면 재산분할 문제를 흐지부지 넘기지 말고, 이혼 성립 전에 명확하게 합의하거나 법원에 청구 절차를 밟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5. 부산 이혼 변호사로서 드리는 조언
오랫동안 가사를 전담하거나 생활비를 부담해왔다면, 그것은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여입니다. 하지만 그 기여가 법원에서 실제로 인정받으려면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증거를 갖추는 것이 먼저입니다. '내가 8년 동안 이렇게 했는데, 집이 그쪽 것이라고요?'라는 억울함이 있다면, 조용히 혼자 삭이지 마시고 먼저 법률적으로 어떤 권리가 있는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부산가정법원 위탁보호위원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가사 사건을 다뤄온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분의 상황에 맞게 함께 방향을 잡아드리겠습니다.
※ 본 칼럼은 파이낸셜뉴스 2026.08.14 보도를 바탕으로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