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구청에서 공문이 한 장 날아옵니다. "귀하의 건물 옆 도로를 무단으로 점용하고 있으니 즉시 원상회복하시기 바랍니다." 수십 년간 주차장이나 화단으로 사용해 왔던 그 공간인데, 갑자기 비우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건물주들이 제기한 원상회복 명령 취소 소송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건물주들이 오랜 기간 공공 도로 일부를 점용해 왔음에도 법원이 원상회복 명령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오늘은 이 판결에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법률 이야기를 함께 풀어보겠습니다.
1. 건축허가와 도로점용허가는 왜 다른 허가인가요?
많은 분들이 헷갈리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건물을 지을 때 건축허가를 받으면 옆의 도로도 자동으로 써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건축허가는 '이 땅에 건물을 지어도 된다'는 허락이고, 도로점용허가는 '이 공공 도로를 특정 목적으로 사용해도 된다'는 별도의 허락입니다. 케이크를 만들어도 된다는 허락과, 그 케이크를 이웃집 냉장고에 보관해도 된다는 허락이 완전히 다른 것처럼, 두 허가는 별개입니다. 법원은 "건축공사 기간 중에 필요한 범위에서 도로를 쓸 수 있는 것이지, 공사가 끝난 뒤에도 도로를 계속 점유하려면 반드시 별도로 도로점용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2. 오래 써왔으면 내 것이 될 수 있지 않나요? — 취득시효와 행정재산
건물주들이 내세운 주장 중 하나가 바로 취득시효입니다. 취득시효란, 쉽게 말하면 "남의 물건이라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채 오랜 기간 점유·사용하면 법적으로 내 것이 될 수 있다"는 민법의 원칙입니다. 실제로 민법에서는 일정 기간 이상 점유하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공공 도로는 이 원칙의 예외입니다. 공공 도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익을 위해 운영하는 행정재산입니다. 쉽게 말하면, 우리 모두가 함께 쓰는 공공재입니다. 법원은 행정재산은 취득시효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습니다. 아무리 오랫동안 사용했더라도 법적으로 내 소유가 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3. "그동안 아무 말 안 했잖아요" — 묵인은 허락이 아닙니다
건물주들은 "행정청이 수십 년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으니 암묵적으로 허락한 것"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 역시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행정기관이 오랫동안 단속하지 않았다고 해서 점용을 허락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일상으로 비유하면 이런 상황입니다. 이웃이 우리 집 주차 공간 한 귀퉁이를 몰래 쓰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몇 년간 참고 있었다가 "이제 더는 안 되겠다"고 말했을 때, 그 이웃이 "그동안 아무 말도 안 했잖아요"라고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행정기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참고 있었던 것이 허락한 것은 아닙니다.
4. 비슷한 상황이라면 이렇게 대응하세요
내 건물이나 토지가 공공 도로와 붙어 있고, 그 도로 일부를 주차장이나 창고 공간으로 사용해 왔다면 다음 사항을 빠르게 확인하세요.
- 도로점용허가를 정식으로 받은 이력이 있는지 확인하세요. 해당 구청이나 시청 도로 담당 부서에 문의하면 허가 내역을 조회할 수 있습니다.
- 원상회복 명령서를 받았다면 이행 기한을 반드시 확인하세요. 이의가 있다면 처분서를 받은 날부터 90일 내 행정심판, 또는 1년 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기한이 지나면 불복 수단이 사라집니다.
- 일정 조건을 갖추면 도로점용허가 신청이 가능하거나, 점용료를 납부하는 방식으로 합법적으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므로 사전에 점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 행정처분, 당황하지 말고 기한부터 확인하세요
관청에서 날아오는 원상회복 명령, 과태료 고지서, 허가 취소 처분…. 이런 행정처분을 받으면 많은 분들이 당황해서 그냥 따르거나,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흘려보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행정처분에도 반드시 지켜야 할 법적 기한이 있습니다. 기한 내에 움직이지 않으면 억울한 처분이라도 다툴 기회를 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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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뉴스핌·법률신문, 2026년 6월 21일 보도 / 서울행정법원 판결 관련. 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