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7일, 법률신문에 눈길을 끄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법원과 검찰의 열람·등사실(열람실)에 가림막이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성범죄 사건의 증거 영상을 확인해야 하는 변호인이 열람실 컴퓨터를 이용할 때, 모자이크도 없이 피해자 얼굴이 노출된 화면이 칸막이도 없는 개방된 공간에서 재생된다는 것입니다. 옆에 앉은 다른 방문객이 그 화면을 볼 수도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오늘은 이 뉴스를 계기로, 성범죄 피해자가 수사·재판 과정에서 겪는 '2차 피해'가 무엇이고, 피해자에게 어떤 법적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지 엄마 변호사가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
1. '2차 피해'란 무엇인가요?
2차 피해는 이름이 좀 어렵게 들리지만, 쉽게 말하면 '사건 때문에 두 번 상처받는 것'입니다. 범죄 피해를 당한 것 자체가 첫 번째 상처라면, 신고하고 수사받고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또다시 받는 상처가 바로 두 번째입니다.
아이에게 설명한다면 이렇게 말해줄 수 있어요. "집에서 넘어져서 무릎을 다쳤는데,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왜 넘어졌냐, 조심을 안 했냐'며 탓하면 어떤 기분이겠어? 아프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지? 그게 바로 2차 피해야." 피해자를 도와야 할 과정이 오히려 피해자에게 추가적인 고통을 주는 상황을 말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이런 것들이 해당됩니다. 수사 과정에서 피해 사실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진술해야 할 때, 수사기관이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왜 신고를 이제야 했느냐", "피해를 자초한 것 아니냐"는 말을 들을 때, 증거 영상이 충분한 보안 없이 다른 사람에게 노출될 때가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번 기사에서 지적된 열람실 가림막 문제도 같은 맥락입니다.
2.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적 장치들
다행히 우리나라는 이런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여러 제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피해자라면, 혹은 가족 중 피해자가 있다면 꼭 알아두세요.
- 진술 조력인 제도: 수사 단계에서 전문적으로 훈련된 '진술 조력인'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피해자가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돕는 전문가입니다. 특히 피해자가 미성년자이거나 장애인인 경우 의무적으로 지원됩니다.
- 영상 진술 제도: 피해자가 법정에 직접 출석하지 않아도, 수사 단계에서 촬영한 영상 진술이 증거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가해자와 법정에서 얼굴을 마주치는 상황을 줄이기 위한 제도입니다.
- 증거 영상 외부 반출 금지: 성범죄 증거 영상은 외부 반출(USB 복사 등)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지정된 열람실에서만 확인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이유가 바로 피해자 보호 때문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이 열람실의 물리적 환경이 불충분하다는 점입니다.
- 신변보호 요청: 가해자나 그 주변인으로부터 위협이 느껴진다면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워치 제공, 거주지 인근 순찰 강화 같은 조치를 받을 수 있습니다.
- 성폭력 피해자 국선변호사 지원: 경제적 사정에 관계없이 성범죄 피해자는 국가에서 선임하는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수사 단계부터 재판이 끝날 때까지 피해자의 권리를 대변해줍니다.
3. 이 뉴스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이번 기사를 읽으며 느낀 것이 있습니다. 제도가 있어도 현장 환경이 따라가지 못하면 피해자 보호는 반쪽짜리가 된다는 점입니다. 증거 영상을 외부 반출 못 하도록 막아 놓았는데, 열람실이 개방된 공간이라면 사실상 보호 효과가 줄어드는 셈이니까요.
그래서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이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과 그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요구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불합리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 담당 검사나 법원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4. 비슷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가족이나 지인이 성범죄 피해를 당했거나, 수사·재판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다음을 기억해 주세요.
- 피해 직후 가능한 한 빨리 증거를 보존하세요. 문자 메시지, 카카오톡 대화, 사진 등 남아 있는 자료를 그대로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 경찰 신고 시 '진술 조력인 지원'을 함께 요청할 수 있습니다. 말하기 어렵다면 "진술 도움을 받고 싶다"고 말하면 됩니다.
- 증거 열람 과정이나 수사 절차에서 2차 피해가 우려된다면, 담당 검사에게 환경 개선을 요구하거나 피해자 국선변호사를 통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 부산에서 형사 사건, 특히 성범죄 피해자 입장에서 도움이 필요하다면, 변호사와 함께 초기부터 절차를 점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부산에서 형사 상담을 하다 보면 "신고는 했는데 이후 과정이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피해자의 권리는 신고 이후에도 계속 지켜져야 합니다. 혼자 감당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참고 기사: 법률신문 「가림막 없는 법원·검찰 열람실」 (2026.06.17). 본 칼럼은 해당 보도를 바탕으로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